레드, 왜 레드일까???

저자 : 김민주

발행사항 : 아라크네, 2002
형태사항 : Hardcover, 248 p


1. 레드에 대한 이미지
 첫째, 레드는 여성의 색이다. 화장실 표시를 보면 남성은 파랑이지만 여성은 예외 없이 빨강이다. 어머니가 남자아이에게는 청색 계통의 옷을 사주고, 여자아이에게는 빨강이나 분홍색 옷을 사준다. 따라서 철강, 조선, 자동차 등 남성적 느낌이 많은 중공업체에는 블루가 우세하지만 여성 대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경공업체의 로고에서는 레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둘째, 레드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색이다. 당연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에서는 레드가 많이 발견된다. 장난감 업체인 레고,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 만화 영화로 유명한 디즈니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셋째, 실버 상품에는 레드는 나쁜 색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나 경로당에는 칙칙한 회색 같은 무채색 계열의 색을 대부분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로 노인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기를 살릴 수 있어 레드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넷째, 음식점과 식료품에는 레드를 써야 입맛이 돈다. 길거리의 패스트푸드점을 보면 아주 많은 매장 간판이 빨간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음식료품의 용기나 포장을 보면 레드가 많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네슬레, 델몬트, 농심, 빙그레, 오뚜기 등 주요 음식료업체들이 주로 빨간색을 사용한다.
다섯째, 스포츠카에는 레드가 많다.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포뮬러 1 경주나 007 영화를 비롯한 액션 영화에 나오는 스포츠 카를 보면 빨간색 차가 유난히 많다. 혼다, 도요타, 기아 자동차 등이 레드를 로고에 사용하고 있다.
 여섯째, 웹사이트에서 빨간색 배경은 금기다. 옥외 간판은 레드가 많지만 웹사이트에는 주요 색을 레드로 쓰는 경우가 많지 않다. 레드는 사람들의 눈을 쉬 피로하게 하므로 고객을 오랫동안 붙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레드는 대중적인 색이지 고급 색이 아니다. 과거에 레드는 귀족 색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정1품에서 3품까지만 빨간 의상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레드가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너무 노골적이고 상업적인 색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이밖에 상업 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옥외 간판은 레드로 해야 눈에 띈다거나, 호텔이나 카지노에는 레드 카펫, 비즈니스 사회에서 레드는 점잖지 못하다, 선물 포장은 레드로 해야 효과가 좋다 등 레드에 대해 다양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11가지 레드 이미지가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레드에 관한 기존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고, 역발상으로 기존 이미지를 파괴하는 방법으로 레드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마케팅은 기업과 고객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아이덴티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고객이 결국에는 자사 상품을 사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레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브랜드 로고, 제품 패키지, 매장 인테리어, 광고와 웹사이트 등으로 구분해서 정리하고 있다.


2. 레드 마케팅 전략

(1) 브랜드 로고와 레드
 필립모리스의 말보로는 레드를 마케팅에 활용해 제품의 포지셔닝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이다. 본래 말보로는 "5월과 같이 순한" 담배라는 기치를 걸고 여성을 위한 순한 필터 담배로 1926년에 출시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성 담배 인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별로 인기를 끌지도 못했다. 54년 드디어 말보로는 남성을 타깃으로 제품을 리포지셔닝하게 된다.
 우선 제품면에서 종전까지는 힘없이 누워 있던 담배 케이스를 딱딱한 재질로 바꾸고,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색, 강렬한 로고 등을 이용해 남성적 아이덴티티를 강조하였다. 광고에서도 카우보이, 해군 장교, 트럭 운전자 등 소위 '말보로 맨'을 등장시키고, 광고는 물론 제품 포장에서도 기본 색상을 강렬한 레드로 설정해 레드를 말보로의 상징을 만들어버렸다. 이처럼 말보로는 레드를 기본 색상으로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미국 담배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였다.

(2) 제품 패키지와 레드
 제품 패키지에도 색상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색채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레드는 식욕을 돋구워주는 색깔이기 때문에 음식료품의 패키지에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레드로 포장된 음식료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레드가 음식료품의 패키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도 컬러 마케팅이었다.
세계 최초의 빨간색 자동차는 1923년 GM에서 생산한 시보레라는 자동차였다. 사실 1920년대 초반까지 GM은 포드 자동차에 한참 밀려 있었다. 1908년에 보급형으로 대량 생산된 포드의 모델 T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델 T의 색깔은 검은색 일색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점차 올라가면서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링을 갖춘 차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GM은 다양한 컬러의 자동차를 업계 최초로 생산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빨간색이었다. 이 형형색색의 자동차는 당시 검은색 일색이었던 자동차 시장에 일대 돌풍을 일으켰고 포드의 모델 T는 1920년대 말 단종되고 말았다.

(3) 매장 인테리어와 레드
 브랜드 로고나 상품 패키지도 중요하지만 매장 인테리어는 매장에 들어선 구매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느낌, 심리적 안정감, 시간 흐름에 대한 느낌, 고급스러운 느낌 등 이런 것들이 의외로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남성복 어바우트는 최근 매장 디스플레이를 분홍색과 빨간색을 이용해 여성 취향으로 바꾸었다. 남성복 매장이지만 고객의 60%가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해 감성적인 빨간색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 결과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푸마는 목표 고객을 10대와 여성으로 리포지셔닝하면서 인테리어의 메인 컬러도 녹색에서 빨강으로 교체하였다. 그 후 성인 남성들만 찾아오던 푸마 매장에 젊은 여성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신장, 2001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4) 광고, 웹사이트와 레드
 광고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눈길을 일단 끈 다음에 강력한 이미지를 심는데 있다. 이때 컬러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러 기업들이 광고에 적극적으로 컬러를 도입하는 이유는 컬러 광고가 주의를 집중시키는 효과 외에도 모든 생활이 컬러화되는 사회적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기업이나 브랜드의 로고 타입이나 심벌 마크에 사용된 컬러를 광고에 그대로 활용하면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에 적극적으로 컬러를 도입하고 있다.
 물론 광고에 레드 한가지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몇몇 기업들의 광고들은 눈여겨 볼만하다. 월드컵 기간중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을 적극적으로 벌였던 나이키는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강렬한 레드를 활용한 ‘BELIEVE’시리즈를 내보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은 항상 자신의 빨간 기업 로고가 들어간 빨간 띠가 신문 전면의 아래에 들어가고 위에는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를 소개하는 카피가 들어간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어떤 목적 혹은 효과를 얻기 위해 레드를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는가? 경영자들이 레드를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크게 시각적 효과, 심리적 효과, 이미지 효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3. 레드 마케팅 효과

(1) 시각적 효과
 우선 색채의 시각적 효과란 인간이 눈으로 책을 보고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레드는 색채 중에서 가장 주목성이 강한 컬러이다. 기업들은 로고나 광고, 브랜드 등에 레드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기업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레드의 시각적 효과를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2위 기업은 1위 기업의 로고 색과 반대의 색을 메인 컬러로 정하여 차별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1위 기업이 레드를 사용하면 2위 기업은 레드의 보색 계열인 파랑, 녹색이나 노랑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 다.
 예컨대 코카콜라보다 늦게 시장에 진출한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의 메인 컬러인 레드에 반대되는 블루를 메인 컬러로 사용하여 차별화를 꾀하였다. 전세계 항공 운송 서비스를 양분하고 있는 DHL과 페덱스도 컬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우선 DHL의 로고는 레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방과 포장에도 통일되게 레드 로고를 사용하여 고객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반면에 페덱스는 보라와 주황으로 기업 로고를 표현하고 있다. 렌터카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허츠와 에이비스도 각각 노란색과 빨간색을 기업 로고 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로 공항에서 렌터카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멀리서는 브랜드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색깔만 보고 렌터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로 확실히 구분되는 색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심리적 효과
 사람들은 컬러에 따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온도, 시간, 무게 감각이 달라진다. 컬러에 따라 사람들은 따뜻하게 느끼기도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기도 한다. 또한 레드 같은 따뜻한 컬러는 사람을 흥분시켜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증가하고 내분비 작용이 활발해지며 체온도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빨간색 옷을 입으면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져 칼로리의 소모가 많아지므로 다이어트를 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포츠용품은 당연히 따뜻한 컬러를 쓰는 것이 좋다. 쇼핑 매장의 인테리어에서 레드는 타깃 소비자인 여성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다. 명품 브랜드 멀티 숍인 세포라는 내부의 에스컬레이터를 큰 거울과 레드 컬러로 장식해 여성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3) 이미지 효과
 색채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도 매우 중요하다. 역사나 경험을 통해 누적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을 할 때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레드하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는가? 피와 불, 해로 대표되는 정열과 활력, 빛, 강함, 열, 더위, 그리고 애정 등이 생각난다. 때로는 정도가 심해져 위험, 야만, 전쟁, 혁명의 이미지와도 결부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인 페라리의 색은 레드이다.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르며 값비싼 도로용 스포츠카로 2002년에 선보인 엔초 페라리 역시 레드이다. 이처럼 이탈리아에서는 열정과 역동성을 상징하는 레드가 인기이다. 그리고 페라리 심벌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노란 바탕위에 빨간색, 흰색, 녹색의 가는 선이 보인다. 이탈리아의 삼색기를 반영하여 페라리가 이탈리아 자동차임을 나타낸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 사이에서 중국 열풍이 있는데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이 레드를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기업 로고가 아니더라도 각종 이벤트나 현지에서 방영되는 광고에서 레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색 중에서 레드가 특히 길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중국 국민들의 습성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이랜드는 매장 전체를 레드 계열로 꾸며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레드는 가히 컬러 중의 왕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레드 마케팅의 효과를 기업 아이덴티티, 제품 기획, 인테리어, 광고 등 각종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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